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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변호사 김형석 변호사
분묘기지권의 취득시효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본문
지방의 산을 지나다 보면 여러 봉분들이 한데 모여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그 무덤의 주인은 인근 지역의 주민들의 조상이거나 선산을 소유한 집안의 봉분인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묘지석도 없고 주인도 불분명한 봉문이 산 속에 홀로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토지 소유자 입장에서는 비록 자기 땅이라 하더라도 누군가 묻혀있는 무덤을 함부로 파내어 정리할 수도 없고, 그 봉분이 있는 임야를 다른 누군가에게 팔고자 하여도 무덤이 있는 상태에서는 매매계약이 성사되기 어렵기에 여러모로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 매년 분묘를 둘러싼 토지소유자와 분묘의 후손들 간의 갈등이 법정다툼까지 번져 매년 수십 건씩 전국의 법원에 소송이 접수되고 있는데요, 만약 이러한 분쟁의 당사자라면 먼저 ‘분묘기지권’에 대한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집(땅)이 없는 사람은 살아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월세를 내야 합니다."
분묘기지권이란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그 분묘를 소유하기 위하여 분묘의 기지부분(基地部分)의 타인소유의 토지를 사용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로서, 이는 관습에 의하여 인정된 물권으로 법원은 그 성격을 ‘지상권에 유사한 일종의 물권’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타인 소유의 토지 위에 적법하게 분묘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분묘기지권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분묘기지권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요?
법원은 대표적으로 ①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② 토지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하였지만,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한 경우, ③ 자기 소유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한 후 그 분묘 기지에 대한 소유권을 유보하거나 분묘 이전의 약정 없이 토지를 처분한 경우에 분묘기지권을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②항의 경우에는 토지소유자 입장에서 매우 부당할 수 있는데요,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그 성격상 분묘가 설치된 토지에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 이상 위치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인데요, 따라서 자기 소유의 토지에 남이 몰래 분묘를 설치하고 평온히 20년이 지난 뒤 분묘기지권을 인정해 준다는 것이 매우 부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누군가가 조상으로부터 지방의 토지나 임야를 증여 또는 상속받은 경우 매번 해당 토지를 찾아가 관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10년, 2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인근 마을 주민이 땅 주인의 허락 없이 자기 조상의 묘를 설치해 두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땅 주인과의 송사가 예부터 끊임없이 발생해 왔습니다.
더 이상 이러한 분쟁을 막고자 2001년에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되었고,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②의 경우에는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한해서만 이를 인정해주며, 해당 날짜 이후에 토지소유자 몰래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는 평온 공연하게 20년이 지났다 하더라도 분묘기지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2017년에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2013다17292 분묘철거등)을 통해서 대법원도 장사법을 준수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해당 사안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무단으로 설치한 분묘에 관하여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허용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안이었는데, 2001년 장사법에 제정될 무렵 해당 분묘는 20년의 시효를 충족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토지소유자는 분묘철거를 위한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인 후손들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 없음에도 20년간 평온, 공연한 점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실상 영구적이고 무상인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는 종전의 관습은 적어도 2001. 1. 13. 장사법(법률 제6158호)이 시행될 무렵에는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헌법을 비롯한 전체 법질서에 반하는 것으로서 정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하였을 뿐 아니라 이러한 관습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확신을 가지지 않게 됨에 따라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상실하였다. 그렇다면 2001. 1. 13. 당시 아직 20년의 시효기간이 경과하지 아니한 분묘의 경우에는 법적 규범의 효력을 상실한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관한 종전의 관습을 가지고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며 시효취득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분묘기지권과 관련된 분쟁은 어느 가정에서나 생길 수 있는데요, 특히, 지금처럼 부동산 개발이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때에는 분묘의 존재 여부에 따라서 부동산의 가치가 차이가 나고 처분의 제약 역시 따르기에 재산상의 문제로도 커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실 관계를 따져보아야 하는데, 한 세대를 거쳐 그 자손들 간의 분쟁이 생기거나 토지 소유자가 달라진 뒤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관련 자료가 너무 오래되어 소실되는 등 입증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권리의 형성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기에 분묘기지권과 그로 인한 재산상의 문제가 야기된 경우에는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서 문제해결의 열쇠를 찾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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